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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293, Date : 2018년 3월 15일 오전 9시 26분 54초
  제목 [기고] 국민 정신건강 위해 상담사법 반드시 필요(권수영 교수)
  글쓴이 관리자 (yccc@yonsei.ac.kr)
기사원문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167207
(위 주소를 복사하여 인터넷 주소창에 입력하시면 기사원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고] 국민 정신건강 위해 상담사법 반드시 필요(권수영 교수)

어느 기자로부터 왜 유독 상담 분야에만 4000개가 넘는 민간자격증이 생겨나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담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나 기업, 그리고 정부청사에서도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국내에는 상담사 자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관리하는 모법(母法)이 없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자격 중 국가공인을 받은 상담 자격은 현재 단 한 개도 없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현행 법률 체제 안에서 상담 관련 조문이 발견되는 법률은 무려 30개가 넘는다는 점이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보면 `보호자에 대한 상담지원`이 포함되어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3조에도 `상담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상담은 분명히 병원에서의 정신질환 치료와는 다른 비(非)의료 서비스다. 즉 상담은 자칫 심리적 피해를 입기 쉬운 국민 누구에게나 회복과 성장을 위해 제공되는 전문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많은 법률에서 병원 밖 곳곳에서 상담을 제공하라지만, 어떤 자격을 가진 이들이 하라는 것인지는 모호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상담사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정신(심리)치료, 심리상담, 전문상담 등은 자칫 혼동을 주는 용어다. 예컨대 의사들은 `정신치료`라고 부르고, 임상심리사는 `심리치료`라고 부른다. 같은 서비스라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정신치료 건강보험 적용 및 서비스 제공자 제한`에 대한 논의로 전문가 집단 간 공방이 뜨겁다. 정신건강을 위해 약물처방만이 만병통치라고 믿는 국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병원에서 정신치료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관 내 보험 수가 개편 정책과 관련해 비의료 상담이나 심리치료 서비스도 보험적용을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최근 2건이나 접수됐다. 하지만 이번 정책으로 인해 비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담이나 심리치료까지 의사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여전히 국민을 위한 다양한 상담 서비스는 지속될 것이다. 

최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사업의 주관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상담진흥협회는 심리상담을 신청한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대상자가 많았던 수도권에서 상담 경험의 만족도를 묻는 회기사정척도(10점 만점 리커트 척도) 평가에서 상담 초기 평균점수(3.9)보다 회기 종료 후 대인관계(5.2)와 개인생활(4.6) 등에서 유의미한 만족도 상승이 나타났다. 심리적 위기를 경험하는 국민은 잠재적 환자로 취급받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해받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 원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조차 민간자격을 소지한 수많은 상담사 가운데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한 이를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문상담에 대한 자격기준과 서비스 질 관리에 대한 법제화가 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혼란은 증폭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처럼 전문상담사가 의료진과 함께 협업해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점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상담사라면 상담 도중 적절한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의학 전문의에게 치료를 연계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다. 어느 나라든지 국민 전체 정신건강을 위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든 일을 다 떠맡을 수 없다. 그간 대한민국이 그런 구조였다면, 이제 국가는 국민의 정신건강 지표가 바닥에 떨어진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온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사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수영 한국상담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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